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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한다’는 뜻의 영어단어 ‘blow-up’을 아는 사람이라면 어렴풋이 짐작하겠지만 <Blow-up>은 일차적으로 찍힌 원본 사진의 일부분을 확대한 것이다. 사진에서 ‘blow-up’은 네거티브 필름 상에서 전체나 일부분을 광학적으로 확대하는 일반적인 용어이다. 그러나 백승우의 사진에서 ‘blow-up’은 단지 기술적인 용어 이상의 의미가 있다. <Blow-up>에는 촬영할 당시 대상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의 외부적 제약, 사진을 찍는 순간에 지각하지 못했던 대상들과 이를 새롭게 발견하고 인지하는 과정, 일차적인 사진과 확대를 거친 결과물로서의 사진 사이의 시간적인 간극,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문제들이 결과적으로 부여하는 현실과 비현실에 관한 작품의 개념적 의미까지 매우 흥미로운 사실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정된 위치에서 한정된 장면만을 찍은 원본 사진에서는 이러한 평양이라는 도시의 비현실적인 현실은 포착될 수 없었다. 높이 솟은 건물들, 잘 구획된 도로와 많은 차들, 넓은 무대 위에서 행해지는 숙련된 공연 등 그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만이 담길 뿐이었다. 그러나 필름의 일부분을 크게 확대하는 행위를 통해 그들의 모습은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드러났다. <Blow-up>에 담긴 사람들의 얼굴은 놀라울 정도로 어둡고 무표정하며, 현대식으로 지어진 건물들 위에는 조악한 조형물이나 ‘우리는 행복해요’, ‘백두의 혁명정신’과 같은 선전적인 문구가 새겨져 있으며, 대(大)학습당과 종합병원 안의 사람들은 마치 보호소 안에 갇힌 사람들처럼 삭막하고 건조하다. 원본 사진에서는 그저 일반적인 공연장의 모습으로 보였을 무대 위 장면은 더욱 흥미롭다. 영어 표기를 철저히 금지하는 북한의 규칙과 어긋나게 아이들이 연주하고 있는 건반악기에는 ‘YAMAHA’라는 상표가 또렷하게 새겨져 있고, 무대 배경만을 크게 확대한 장면에는 조악하기 그지 없는 꽃 장식이 가득하다.
이처럼 백승우의 <Blow-up>에서 이미지를 확대하는 과정은 작품의 결정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이 사진연작의 제목이 <평양>이 아니라 <Blow-up>인 것은 그가 의도적으로 차용하고 있는 안토니오니의 영화 <Blowup>(1966)의 제목이 <The Murder>가 아니라 <Blowup>인 것처럼, ‘평양’이라는 대상보다 ‘확대’라는 과정 자체에 무게가 실리기 때문일 것이다(영화 <Blowup>에서 주인공 사진작가는 필름의 일부를 ‘확대’함으로써 자신이 찍은 사진 안에 살인사건의 단서가 있음을 발견하고 진실에 접근해 가려 하지만 스스로 미궁에 빠져간다). 스스로 자신의 관심이 진지하게 역사를 기록하는 데 있지 않음을 밝히고 있듯이 백승우에게 평양이라는 도시는 유일한 공산주의 국가의 수도로서 역사적인 기록 대상이라기 보다, 이 세상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비현실적인 세계로서 작품 소재로 사용하기에 흥미로운 대상에 가깝다. 반면 이미지 ‘확대’라는 행위는 평양이라는 도시의 비현실적인 현실을 더 극한 현실로 드러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까닭에 작품의 핵심적 요소가 되는 것이다. 그는 ‘확대’라는 과정을 통해 여느 관광객의 사진과 별 차이 없는 평범한 기록 사진을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탐구하는 자신의 일관된 주제에 부합하는 작품사진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매 작품마다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왜곡하고 자신의 세상을 만들고자 시도하는 작가 백승우에게 <Blow-up>에서의 방법상 도구는 ‘확대’가 되는 셈이다. <Real World>에서는 카메라의 시선 처리와 대상물들의 배치만으로 작가 나름의 상상에 찬, 그러나 현실적인 세계를 보여주었다면 <Blow-up>에서는 촬영 당시 외부적 제약으로 인해 최소화된 작가의 역할을 이후 현상의 과정에서 ‘확대’라는 적극적 개입을 통해 복원시키고, 북한이라는 비현실적인 세계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보다 현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백승우의 사진이 담지한 가능성은 이처럼 다소 심각한 소재들을 무겁지 않게 조형적인 완성도를 담보한 채 보여주고, 자신이 생각하는 일관된 주제를 다양한 변주로 풀어낸다는 데 있다. 더 이상 오늘날의 사진이 현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할 때, 다양한 형태의 현실과 세계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의 탐구적인 태도야 말로 우리가 현대사진에 기대하는 중요한 일면이 아닐까. 신혜영 | 가인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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