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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3.12, 2008 PKM Gallery
스다의 꽃과 풀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달래, 백합, 튤립, 장미, 나팔꽃, 그리고 이름모를 잡초와 같은 것들이다. 그것들은 꽃잎, 줄기, 잎 등은 물론이거니와 얇은 수술과 가는 주름, 벌레 먹은 구멍까지 실제와 꼭 닮도록 매우 정교하고 섬세하게 조각되고 채색되어 놀라움을 준다. 전통 공예 도구를 사용하여 작가가 일일이 손으로 깍고 칠해 만든 그야말로 노동집약적인 이 조각작품은 이처럼 ‘실제와의 닮음’을 우선으로 하는 예술작품의 오랜 정의를 따르고 있다. 이 ‘극사실적인’ 조각작품은 정교함과 섬세함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일본 공예의 전통적인 방식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하며, 서양의 풍성한 꽃다발과 달리 간결함과 선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본의 전통 꽃꽂이 ‘이케바나(Ikebana)’의 맥락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다. 이러한 점에서 스다의 조각은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으며 현대미술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스다의 조각이 궁극적으로 꽤 신선한 현대미술로 다가오게 되는 이유는 그것이 전시되는 ‘공간 특정적인’ 방식과 작품 안에 모순되는 가치들이 상충하면서 이루어내는 긴장감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먼저 전시를 위한 공간을 검토하고 그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을 조각으로 만들어 원래 그 곳에 있었던 것처럼 위치 지운다. 스다의 조각은 좌대에 올려져 주목 받는 전통적인 조각과 달리 '바로 그 공간'에 무심한 듯 놓임으로써 더 큰 주목을 받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역시 깨끗한 벽면에 조명을 받고 자리한 꽃송이 보다 바닥의 갈라진 틈에서 자라난 듯한 잡초가 더 큰 울림을 주는 것은 스다의 조각이 지닌 공간 특정적인 전시방식의 효과가 강조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공간 특정성은 현대미술에서 더 이상 새로울 리 없을 만큼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러한 여타의 현대미술 대부분이 규모와 양을 자랑하는 일시적 설치물인 반면, 스다의 작업은 이미 견고하게 만들어진 조각물을 최대한 절제하여 꼭 놓아야 할 지점에만 놓음으로써 공간의 여백을 살리는 동시에 더욱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가져온다. 전체적인 전시는 매우 간결해 보이지만 그 간결함을 구성하는 개별의 조각물은 지난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매우 복잡한 인공물이며, 그것들은 금새 시들거나 부서질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상 일회적이지 않은 영구적 조각물이다. 스다의 조각이 흥미로움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갖는 것은 이처럼 현대성과 전통성, 일회성과 영구성, 간결함과 복잡함 등 상반되는 가치들을 한 데 담지하면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빼어난 균형감각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신혜영 •가인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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