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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은 얼마 전 〈도살자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첫 개인전에서 사람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길 만한 회화작업을 선보였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이 전시에서 그녀는 익명의 주체를 통해 어떠한 특정 사건이 아닌 폭력과 그로 인한 공포 자체를 다양하게 변주해냈다. 크게 세 범주로 나뉘는 작품군은 각기 다른 세 명의 전시를 보듯 소재와 기법 상에서 큰 차이를 보이면서도 뚜렷한 하나의 주제 아래 유기적으로 잘 짜여 있다. 먼저 전시의 중심을 이루는 작품군은 재난과 사고를 그 잔해물을 통해 암시하고 있는 풍경과 정물의 유화들이다.폭발한 비행기나 전복된 열차를 그린 그녀의 풍경화는 인터넷에서 무작위로 축출한 재난 장면의 사진 가운데 사고를 짐작케 하는 특정한 부분만을 옮긴 것이다. 사진을 무채색의 거친 붓질의 회화로 변환함으로써 그 사고를 경험했을 당시 사람들의 공포와 충격은 잦아들고, 사고의 발발이라는 유추 가능한 객관적 사실만이 남게 된다. 정물화의 경우 역시 그녀는 개인적인 사고 경험 가운데 기억에 남은 상징적인 사물들을 택하여 임의적으로 배열함으로써 낯선 장면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재구성된 그녀의 풍경화와 정물화에서 우리는 근원지를 알 수 없는 암울한 분위기만을 감지하게 된다. 이러한 암시적인 불안감은 만화 캐릭터를 차용한 아크릴 회화 작품군에서 보다 구체화된다. 가해자의 폭력에 대한 피해자의 공포라는 상대적인 위치가 조금씩 드러나기 때문이다. 작가가 어린 시절 즐겨 봤던 워너브라더스의 캐릭터들이 소재가 된 이 그림들에서 포키 피그는 창에 찔린 채 공포에 질려 있고, 위장막을 뒤 배경으로 변장을 한 채 겉도는 대화를 나누는 벅스 버니와 대피 덕은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공모자들의 묘한 긴장감을 발산하고 있다. 파스텔 톤의 밝은 색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하나같이 좀비를 연상시키는 빈 동공의 무표정한 얼굴로 폭력의 희생자와 사건의 공모자의 전형을 나타낸다. 불안과 공포를 가하는 폭력의 주체는 마침내 그녀의 펜화 작품군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그녀의 펜화에는 강력한 힘을 가진 남성, 그 중에서도 폭력과 학살의 상징으로서의 군인이 가해자로 등장하며 그 반대 지점에 희생자가 위치한다. 그리고 둘 사이의 관계를 입증하는 창과 십자가 등의 종교적 도상이 등장한다. 창은 기독교 역사에서 로마군이 가한 폭력의 상징이며 십자가는 예수의 수난을 나타낸다. 작가가 이처럼 기독교적 도상을 빈번하게 사용하는 것은 예수가 희생자의 최극점에 위치하며 궁극적으로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초월자인 신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공포와 불안의 순간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김소연에게는 그것이 보다 강한 트라우마 ― 정신적 외상(外傷) ― 으로 남은 듯하다. 어쩌면 그녀는 자신에게 충격으로 남은 그 시각적 이미지를 무수히 많은 비슷한 이미지들을 통해 약화시키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유해가는 생존의 방편으로 그림을 택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폭력과 공포라는 주제는 일회적인 선택이 아니라 계속하여 천착할 수밖에 없는 삶의 일부가 될 것이다. 과학적인 관찰과 분류에 도움을 주었을 생물학 전공의 배경과 본인의 절실한 필요에 의해 대안학교에서 그림을 배운 이력이 이를 자연스럽게 수긍케 한다. 이제 첫 전시를 마친 이 젊은 작가에게 최대치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절실함을 동반한 진정성은 물론, 풍경·정물·팝 아이콘·종교적 도상에 이르는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유화·아크릴화·펜화라는 다양한 기법으로 하나의 주제를 솜씨 있게 다루어내는 예술적 능력 또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혜영
<김소연 전> 리뷰 (arti in culture 2006년 12월호)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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