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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늦은 오후가 되서야 집을 나섰다.
씻지도 않고 입고 있던 웃옷에 바지만 갈아입고 모자 하나 푹 뒤집어 쓰고 노트북 하나 달랑 들고... 내일까지 써야 하는 글을 핑계 삼았지만, 실은 이 오후를 그냥 집에서 뒹굴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평균 잡아 한 달에 두어 차례 있는 원고 마감. 어렸을 때 부터 티내며 공부하길 좋아하던 나는 지금도 집에서는 글이 잘 안써진다. 그래서 몇 번 동네 독서실을 찾거나 도서관을 가보기도 했지만 그건 학생으로서 느낄 수 있는 젊음의 확인보다 우울함의 정서가 먼저 다가와서 그만 두었다. 그리하여 내가 가장 즐겨 찾는 곳은 동네 스타벅스다. 된장녀라 욕해도 할 수 없다. 아뭏든 그렇게 오랫만에 찾은 스타벅스에서 몇 시간을 삐대며, 톨 아메리카노 한잔과 그란데 타조 티 한잔을 마시고 날이 저물고 깜깜해져 밖을 나왔다. 꾀죄죄한 내 몰골과 차디 찬 바람, 삶에 대한 우울한 근심으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집을 나설 땐 분명히 같은 몰골, 같은 바람, 같은 상황이었음에도 그렇지 않았는데... 그 몇 시간에 너무도 달라진 나. 언제나 별 이유없이 너무 쉽게 감정이 변하는 나. 아직도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 내가 좋지만, 또 싫다. 마을버스에서 내려서 한참을 걸으며 무거운 마음을 들어올리려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 걷고 있는 이 발걸음만 생각하자.' 인생은 사는 것이지, 산 것도 살 것도 아니다. '그래, 이런 기특한 말을 생각할 줄 아는 나를 사랑하자.'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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